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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에 기고한 글(2023.5.7.) 전공은 어쩌다 벽이 됐을까? < 관악시평 < 기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대학신문 (snunews.com) 전공은 어쩌다 벽이 됐을까? - 대학신문 “전공의 벽을 넘어 그대가 전설이 될 시간입니다.” 이번 학기 초, 관정관 잘 보이는 자리 눈에 띈 글귀였다. 다전공을 선택한 재학생 선배들의 경험을 신입생들과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를 장 www.snunews.com 불평하고 비판하긴 쉬운 일이겠지만... 인문학에 연연하는 이들일수록 어째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만 사람으로 대접받고 싶어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았다. 한자어나 영어나 인문학이란 말에는 '사람'이 들어있는데... 그때 사람이란 '남'이겠지. 어떤 이들은 자기만 사람이고 남들은 게임 속 NPC인 줄 안다. 그런데 게임 깨려면 NPC의.. 2023. 5. 28.
웃을 일? 한때 향가 연구의 중심이었던 어느 대학 한 귀퉁이에서, 향가를 모독하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곳의 국문과와는 상관 없는 일이지만 남의 대학 일에 상관할 수도 없지만 우습다고 그저 웃으면 될지?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학교는 임용 시장에서 여러 차례 고전시가 전공자들에게 상처 준 적도 있었다. 그것도 꼭 국문과만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이래저래 씁쓸할 노릇이다. 설마 그 대학 전체에서 하는 유일한 고전시가 작업이란 게 향가를 모독하는 일뿐일까? 아니길 바란다. 진심으로. 2023. 4. 20.
어떤 추모 "철원아, 훌륭한 불교문학 논문에는... 불교 용어가 하나도 안 나와야 한단다." 1999년의 봄과 여름 사이에 내 석사논문을 심사해 주시며 저 말씀을 해주셨던 선생님을 이제 다른 세상에 가야만 뵐 수 있게 되었다. 뭐라 더 군말을 보탤 수 없다. 저 말씀대로의 글을 언젠가 쓰게 된다면 이 마음도 말과 글로 피어나게 될까. 2017. 1. 10.
초심으로? 블로그를 다시 풀면서, 나름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첫 직장의 연구실 문에 걸어두었던 글을 옮겨 본다. 석존의 죽음에 대한 반응들이다. 그 시절엔 뭐든 끝이 있으니, 끝을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보자는 뜻이었는데 어느새 그런 마음에 때가 많이 탄 것도 같다. -------------------------------------------- 모두 떠나야 한다. 세상에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자신의 만들어진 형체를 벗어나야 한다. 심지어 세상에서 무상(無上)의 존재인 스승, 여래, 힘을 갖춘 자, 정각자도 입멸한다. Sabbeva nikkhipissanti, bhūtā loke samussayam; Yattha etādi so satthā, loke appatipuggalo; Tathāgato balapp.. 2016. 9. 13.
또 하나의 고향 몇 가지 이유로 나는 고향 땅 밟기를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면 고향 땅에서 잠들기가 싫은 건데, 잠들고나서 다시 깨고 싶지 않았던, 깨지 않기를 바랐던 그 시절 나의 기억을 깨우고 싶지 않아서다. 세월도 흐르고 어느 정도 버젓이 자리도 잡혔지만 아직도 고향에 간다는 건 썩 달갑지 않다. 그러니 꿈에 고향을 봐도 돌아간 혈육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 만큼 찝찝해진다. 그래서 처음 전임이 되어 마산 땅을 갔을 때, 여기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면, 여기가 내 가족의 고향이 될 테니까 마산을 고향 삼아 살자는 좀 유치한 생각도 했다. 고작 2년 살고 떠날 사람이... 아무튼 그땐 그랬다. 그리고 여전히 내게 가정이 생길 낌새는 없다. 고작 2년이었지만 마산에서 만나고 겪은 이들은 내가 잃고 살아야했던 고향의 정을 .. 2012. 9. 25.
2010 굼벵이 매미가 되어 - 나의 민연시절 굼벵이 매미가 되어 서철원(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민연을 떠나기 무섭게 ‘나의 민연 시절’을 쓰란다. 그러니 나와 함께 하던 일에 여전히 분주하신 선생님들과 선후배님들께 부디 누를 끼치지 않길 바라며 몇 자 적는다. 재작년 어느 날 지하실에서 시조와 씨름하다보면 이런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굼벵이 매암이 되야 나래 돋혀 솟아 올라높고 높은 나무에 소리는 좋다만은그 위에 거미줄 쳤으니 그를 저어 노라.(표기는 󰡔악부󰡕 고대본을 따르되 현대어로 윤문함) 대학원생은 매미를 꿈꾸는 굼벵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석사과정에는 석사논문 쓴 사람을, 석사는 박사과정 수료하고 강의하는 이들을, 수료자는 박사를, 박사는 전임교수를 ‘매미’인 줄로 알고 또 그렇게 바라보며 견디기 마련이다. 어느 단계나 늘 ‘거미줄’이 .. 2012.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