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가 있다.
발레에 재능 있는 소년의 성장기 정도로 보면 된다.
그런데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주인공 빌리의 아버지와 형은 파업 중인 공장 노동자였다.
파업이니 임금이 없어 온 가족이 굶어 죽을 지경이 되어도,
동료들을 배신할 수 없다면서 끝까지 파업에 동참하는 의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파업을 철회하고 공장에 출근하면 큰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마을 공동체에서 매장되는 그런 상황이었던 것도 같다.
그러던 사람들이 졸업을 앞둔 빌리가 발레하는 걸 보더니,
애새끼 공부 시켜놨더니 후로게이가 됐다면서 격분한다.
그러나 학교 선생님과 빌리의 핀구들에게 자초지종을 차차 듣고는
빌리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발레학교에 보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돈이 없다.
그러니 공장에 출근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동료들을 배신해야 한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울부짖는 아버지와 형의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게다.
"아버지, 우린 발레는 후로게이나 하는 걸로 알죠. 빌리의 재능도 몰라요.
그렇지만... 우리가 잘 몰라도 빌리가 천재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대충 이런 대사가 있고, 형과 아버지가 막 논쟁을 하다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러고나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뒤로 하고, 빌리의 아버지와 형은 공장으로 출근한다.
자신들로서는 알 수도 없고, 확실치도 않은 아들, 아우의 재능을 위해서...
사실 이 영화는 여기서 끝났어야 했는데, 훗날 빌리의 성공 장면이 사족으로 붙어 맥을 뺀다.
거칠게 말하자면 저 장면은
어려운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 보수화되는 이유와 그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의 의미와 무의미도 말이다.
그 시대를 그토록 그리워하고,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 땐 그래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까닭일까?
- 2012년 대선 결과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막연한 기대나마 품어보려고 쓴 글이었다.
그러나 '그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 한 것은 그런 낭만적인 그리움 때문이 아닌,
아직도 자신들이 주류이고 변화하는 세상은 옳지 않다는 믿음과 그런 믿음을 남들에게 강요하려는 집착 탓이었다.
그래도 <빌리 엘리엇>은 좋은 영화다.